대전지법 2014. 3. 7. 선고 2013고단3639 판결 [배임]: 확정
- 판결공보
- 2022. 4. 11.
414 각급법원(제1, 2심) 판결공보 2014. 5. 10.
피고인이 甲주식회사의 주식을 乙주식회사에 매도하고 잔금을 송금받은 상태에서 다시 甲회사의 이사 丙에게 이중양도하고 주주명부에 丙을 주주로 등재함으로써 乙회사에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乙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지위’에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이 甲주식회사의 주식을 乙주식회사에 매도하고(이하 ‘제1 매매계약’이라 한다) 잔금을 송금받은 상태에서 이를 다시 甲회사의 이사 丙에게 이중양도하고 주주명부에 丙을 주주로 등재함으로써 乙회사에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丁이 피고인의 대리인으로 체결한 제1 매매계약은 민법 제124조의 쌍방대리 금지 원칙에 반하거나,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의 유추해석상 대리권 남용행위에 해당되어 무효일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이 乙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지위’에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참조조문】형법 제355조 제2항, 민법 제107조 제1항, 제124조, 제565조, 형사소송법 제325조
【피 고 인】피고인
【검 사】최윤희 외 1인
【변 호 인】변호사 박대영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2. 1. 31.경 대전 유성구 봉명동 유성호텔 커피숍에서 피해자 공소외 1 주식회사에 자신이 보유한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2 회사’라 한다)의 주식 34,479주를 2억 4,000만 원에 매도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이하 ‘제1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계약금 명목으로 3,600만 원을 송금받은 후 2012. 2. 14. 잔금 2억 400만 원을 피해자로부터 송금받았기에 피해자에 주식명의개서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었다.
피고인은 2012. 2. 15. 공소외 2 회사의 이사 공소외 3에게 위 주식 34,479주를 3억 6,000만 원에 매도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이하 ‘제2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2012. 3. 19. 주주명부에 공소외 3을 주주로 등재함으로써 2억 4,0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 같은 액수의 손해를 가하였다.
2. 기록에 따른 인정 사실
가. 제1 매매계약의 체결 경위
1) 피해자의 공소외 2 회사 주식 매수를 위한 노력
가) 피해자의 대표이사 공소외 4는 2010.경부터 공소외 5에게 공소외 2 회사 주식의 매수를 부탁하였고, 공소외 5는 공소외 2 회사에 약 35년 동안 근무했던 공소외 6에게 이를 부탁하였다.
나) 공소외 2 회사 이사 겸 주주인 공소외 7은 과거에 공소외 6의 소개로 주주가 되었는데, 2010. 말 내지 2011. 초경 공소외 6에게 자신의 공소외 2 회사 주식을 매수할 사람을 알아봐 줄 것을 요청하였고, 공소외 6은 공소외 7에게 공소외 5를 소개시켜 주었다.
다) 공소외 5는 공소외 7에게 매수자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공소외 2 회사 주식 51% 이상을 매수할 의사가 있는 회사가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였고, 공소외 7은 공소외 2 회사의 주주들에게 의사를 타진하였다.
라) 공소외 6은 공소외 2 회사 주주 중 피고인의 주식 매도 의사를 확인하였고, 공소외 7은 주주 중 공소외 8∙공소외 9∙공소외 10에게 주식 매도 의사를 문의하였으나, 그로부터 약 1년 동안 버스 1대당 매수가격에 대해 피해자와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였다.
2) 2012. 1. 31. 오전에 체결된 매매계약
가) 공소외 7∙공소외 8∙공소외 9∙공소외 10 등은 2012. 1. 31. 오전 대전 유성구 봉명동 유성호텔 커피숍에서 피해자에게 각자 보유한 공소외 2 회사 주식을 매도하였다. 이들의 버스 1대당 가격은 최소 4,500만 원에서 최대 5,000만 원까지였다.
나) 계약서상 대금의 지급방법∙시기에 대해 수기로 ‘계약금은 총 양도가액의 15%, 잔금은 2012. 2. 28.까지 지불한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다.
3) 2012. 1. 31. 오후에 체결된 매매계약
가) 피고인은 같은 날 오후 같은 장소에서 공소외 6을 대리인으로 하여 피해자에게 공소외 2 회사의 주권발행 전 주식 34,479주(버스 6대)를 2억 4,000만 원(버스 1대당 4,000만 원)에 매도하고, 같은 날 계약금으로 15%에 해당하는 3,600만 원을 송금받았다.
나) 제1 매매계약서는 공소외 7․공소외 8․공소외 9․공소외 10의 주식 매매계약서와 동일한 양식임에도 대금의 지급방법∙시기에 대한 아무런 기재가 없다.
다) 2012. 1. 31.자 주식 매매계약서 중 제1 매매계약서 같이 대금의 지급방법∙시기에 대한 아무런 기재가 없는 것은 공소외 11의 주식 매매계약서뿐이다. 공소외 11도 공소외 6을 대리인으로 하여 주식을 매도하였고(버스 1대당 4,000만 원), 피고인∙공소외 11의 위임장은 모두 같은 필체로 되어 있으며, 주식 매매계약서에는 피고인∙공소외 11의 날인은 없는 대신 공소외 6의 날인만 되어 있다.
라) 피고인은 같은 날 공소외 6으로부터 ‘잔금 2억 400만 원은 2012. 2. 말일 지급받기로 하였다’는 말을 들었고, 공소외 11도 잔금은 2012. 2. 28. 지급받기로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나. 제2 매매계약의 체결 경위
1) 제1 매매계약의 잔금 송금 이전 상황
가) 공소외 8∙공소외 9∙공소외 10의 주식 매도를 중개한 공소외 7은 자신 및 중개 대상자들의 잔금 지급을 피해자에게 독촉하였으나, 피고인∙공소외 6은 잔금의 지급을 독촉한 적이 없다.
나) 공소외 6은 공소외 5 등으로부터 제1 매매계약의 잔금을 2012. 2. 13. 송금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피고인에게 이를 전달하였다. 피고인이 2012. 2. 13. 확인한 결과 잔금이 송금되지 않았다. 피고인은 곧바로 공소외 6에게 잔금 미지급 사실을 알려 주었지만, 그 당시에도 잔금 지급을 독촉하거나 이에 대해 항의하지는 않았다.
다) 피고인은 2012. 2. 13. 야간에 공소외 3이 보낸 2012. 2. 9.자 편지를 받고, 곧바로 공소외 6에게 전화하여 제1 매매계약의 매매대금 및 경영권 분쟁 등에 대해 항의하면서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
라) 공소외 3의 편지에는, ① 피고인을 포함한 공소외 2 회사의 주주들이 피해자에게 주식을 매도함에 따라 경영권이 위협받게 된 사실, ② 피고인을 포함한 주식 매도인들의 버스 1대당 가격도 다른 사실, ③ 피고인의 주식을 버스 1대당 6,000만 원에 매수할 의사와 위약금 및 법무 대리까지 처리할 의사가 있음이 기재되어 있었다.
마) 공소외 6은 피고인으로부터 2012. 2. 13. 야간에 공소외 3의 편지가 도착한 사실과 관련된 항의를 받기 이전에 공소외 3이 그와 같은 취지의 편지를 피고인에게 보냈다는 사실을 제3자로부터 전해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바) 피해자의 경리 담당직원인 공소외 12는 2012. 2. 13. 주식 매도인들 중 공소외 7∙공소외 10∙공소외 11에게 잔금을 송금하였다.
2) 제1 매매계약의 잔금 송금 이후 상황
가) 피해자는 2012. 2. 14. 09:24경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피고인의 계좌로 잔금 2억 400만 원을 송금하였다.
나) 공소외 6은 2012. 2. 14. 오전 피고인의 집으로 가서 피고인의 항의 및 해제 의사를 들은 후 이를 말리면서 피고인으로부터 공소외 3의 편지를 교부받았고, 피고인에게 ‘피해자 사무실로 가서 어떻게 된 것인지 확인해 보겠다’고 이야기하였다.
다) 공소외 6은 2012. 2. 14. 곧바로 피해자 측과 협의하면서 공소외 3의 편지를 피해자측에 전해 주었고, 2012. 2. 15. 피고인에게 피해자가 추가로 지급하려는 3,000만 원을 전달하려고 하였으나, 피고인은 이를 거절하였다.
라) 피고인은 2012. 2. 15. 10:58경 피해자에게 잔금 2억 400만 원을 계좌이체로 반환하였고, 피해자는 같은 날 12:09경 피고인의 계좌로 2억 400만 원을 다시 송금한 후 곧바로 자신의 계좌에 대한 입금을 정지시켰다.
마) 피고인은 2012. 2. 15. 피해자에게 내용증명으로, ①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일방적으로 송금한 잔금을 반환한 사실, ② 민법 제565조에 따른 계약금의 배액을 지급하려고 하였는데 피해자의 계좌가 폐쇄되어 반환하지 못한 사실, ③ 2012. 2. 16.1) 오전까지도 계좌가 폐쇄되어 있을 경우에는 공탁할 예정인 사실을 통지하였다.
3) 제2 매매계약의 체결 이후 상황
가) 피고인은 2012. 2. 15. 공소외 3에게 위 주식을 3억 6,000만 원(버스 1대당 6,000만 원)에 매도하고, 매매대금 및 제1 매매계약의 위약금 합계 3억 9,600만 원을 수령하였다.
나) 피고인은 2012. 2. 16. 16:00경 제1 매매계약의 해제에 따른 매매대금 및 위약금 합계 2억 7,600만 원의 수령 거절을 이유로 피해자를 상대로 이를 공탁하였다.
다) 피해자의 경리 담당직원 공소외 12는 2012. 2. 16. 주식 매도인들 중 공소외 9∙공소외 13∙소외 8에게 잔금을 송금하였다.
3. 피고인의 주장
제1 매매계약은 자신의 대리인 공소외 6의 쌍방대리 등을 이유로 효력이 없거나 적법하게 해제되었기에 제2 매매계약이 배임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배임의 고의도 없다.
4. 판단
가. 제1 매매계약의 효력
공소사실은 제1 매매계약이 유효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한다.
앞서 본 인정 사실에 기록에 따른 아래의 사정을 더하여 보면, 공소외 6이 피고인의 대리인으로 체결한 제1 매매계약은, ① 민법 제124조의 쌍방대리 금지 원칙에 위반되거나, ② 대리인인 공소외 6의 진의가 본인인 피고인의 이익∙의사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인 피해자 측의 이익을 위한 배임적인 것에 해당하고, 그 상대방인 피해자 측이 이를 충분히 알고 있었기에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의 유추해석상 대리권 남용행위에 해당되어, 어느 모로 보나 무효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지위’에 있음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
1) 공소외 6은 2010.경부터 피해자의 대표이사 공소외 4의 부탁을 받은 공소외 5로부터 공소외 2 회사의 주주 중 매도인의 물색을 요청받았고, 공소외 7 등을 공소외 5에게 소개시켜 주었으며, 제1 매매계약 체결일까지 1년 이상 매매가격 등에 관한 협의를 하였다.
2) 매매계약의 일시∙장소∙참석자∙경위에다가 공소외 6과 공소외 7∙공소외 5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6은 제1 매매계약과 같은 날 체결된 공소외 2 회사의 다른 주주들의 매매대금을 당연히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그럼에도 특별한 사정도 없이 다른 주주들에 비해 피고인의 버스 1대당 가격을 가장 낮게 정하였다는 것은 공소외 6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였는지에 대해 상당한 의문이 든다. 오히려 피고인의 버스 1대당 가격이 가장 낮게 정해진 것은 공소외 6이 피고인의 경제적 이익보다는 피해자의 자금사정∙매수비용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3) 피고인은 제1 매매계약의 약정 잔금 지급일 이전에 잔금 지급을 독촉한 적이 없고, 공소외 6은 2012. 2. 13. 밤 피고인으로부터 항의를 받기 전에 이미 공소외 3이 피고인에게 편지를 보낸 사실과 그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직후 피해자 측과 피고인의 언동에 대해 긴밀히 연락을 취한 것으로 보이고, 그 다음날 피고인으로부터 공소외 3의 편지를 받아 피해자 측에 전달하기까지 하였다.
4) 공소외 6은 형식상 피고인의 대리인이지만, 제1 매매계약 체결 전후 피해자 측과 긴밀히 논의하였고, 본건 수사에 관한 피해자 측의 대책회의에 여러 번 참석하면서 수사 상황을 공유하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 피고인의 이익이 아니라 피해자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 흔적이 많이 나타난다. 이러한 공소외 6의 언행과 공소외 5의 언행을 비교해 볼 때, 공소외 6은 사실상 공소외 5와 동일한 역할을 가지고 피해자도 대리하였거나 적어도 피해자의 이익을 도모하면서도 형식상 피고인을 대리한 것으로 보인다.
5) 공소외 6의 수사기관 및 법정진술의 대부분은 이미 피해자 측의 법률적 조력이 전제되어 있던 대책회의에 따라 이뤄진 것이어서 이미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내용상 피고인에 대해 불리하고 피해자 측에 대해 유리한 방향으로 일방적으로 이뤄져 있는 데다가 당시의 객관적인 정황에 부합하지도 않아 믿기 어렵다.
6) 공소외 6은 공소외 2 회사에서 약 35년 동안 근무하다가 2005.경 퇴직하였는데, 퇴직 과정에서 부적법한 행위로 인해 2010. 1.경부터 2010. 3.경까지 공소외 2 회사로부터 민사소송을 제기당하여 패소하였고, 그로 인해 자신이 보유한 공소외 2 회사 주식을 압류당하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공소외 6은 공소외 2 회사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게 되었고, 공소외 5를 통해 피해자가 공소외 2 회사 주식 51% 이상을 매수하려는 의사를 알았기에 피해자의 주식 매수 목적이 공소외 2 회사의 경영권에 대한 적대적인 인수라는 점도 알았다. 결국 공소외 6은 피고인의 주식을 매도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이익보다는 피해자의 이익을 고려하여 행동할 충분한 동기∙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나. 제1 매매계약의 해제 여부
설령, 제1 매매계약의 체결이 유효하더라도, 앞서 본 2012. 2. 14. 전후의 사실관계에 비추어 이미 해제되어 사후적으로도 효력이 상실됨으로써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지위’에 없는 것은 아닌지 본다.
기록상 피해자가 잔금의 이행기 전인 2012. 2. 14. 피고인에게 잔금을 모두 송금한 사실은 인정되는바, 이러한 이행기 전의 이행의 착수가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 된다.
민법 제565조가 해제권 행사의 시기를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로 제한한 것은 당사자의 일방이 이미 이행에 착수한 때에 그 당사자가 그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였을 것이고, 계약이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만일 이러한 단계에서 상대방으로부터 계약이 해제된다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고자 함에 있다. 따라서 이행기의 약정이 있는 경우라도 당사자가 채무의 이행기 전에는 착수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대법원 1993. 1. 19. 선고 92다31323 판결 등 참조).
이행기 전 이행의 착수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란 이행기의 정함이 매도인에게도 기한의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할 상황을 의미한다. 이는 행위의 태양, 채무의 내용, 이행기가 정해진 목적, 채권자가 채무자의 행위를 무시해서 계약을 해제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는 것은 아닌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기록에 따른 아래의 사정을 종합하면, 잔금 지급기일(2012. 2. 28.)은 매도인인 피고인을 위해서도 기한의 이익이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매수인인 피해자가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피해자는 피고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행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해자가 이행기 전에 피고인에게 일방적으로 이행에 착수하였더라도 피고인의 계약해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1) 잔금 지급기일이 2012. 2. 28.로 정해진 것은 피해자의 자금사정을 고려한 것인데,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주식을 매도한 다른 주주들과 달리 피해자에게 대금의 지급을 독촉한 적이 없다. 특히 피고인은 2012. 2. 13. 공소외 6으로부터 피해자 측이 잔금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들은 후 지급이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였음에도 이에 대해 별다른 항의를 하거나 그 지급을 독촉하지 않았다. 이는 피고인이 지급기일인 2012. 2. 28. 이전에 잔금이 지급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고 이를 요청하지도 않았음을 의미한다.
2) 피해자는 잔금 지급기일 전날인 2012. 2. 13. 공소외 6으로부터 피고인이 공소외 3으로부터 편지를 받고서 제1 매매계약을 해제할 조짐이 있음을 통보받았던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그 다음날 09:24경 갑자기 잔금을 송금하였다.
3) 피해자는 잔금 지급을 독촉한 주주들 중 다수에 대해 2012. 2. 16. 잔금을 송금하였으면서도 잔금 지급을 독촉한 적이 없는 피고인에 대해서는 그보다 빠른 2012. 2. 14.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잔금을 송금하였고, 이날에는 피고인 외 다른 주주들에게는 잔금을 송금하지도 않았다. 이는 피해자가 자금사정이 개선되지 않았음에도 잔금 지급을 독촉한 적도 없는 피고인에게 기한의 이익을 포기해서라도 잔금을 지급해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때의 ‘급박한 사정’이란 피고인이 제1 매매계약을 해제하려는 조짐을 인지한 것이므로, 피해자의 잔금 송금행위는 피고인의 해제권을 소멸∙저지시키고자 한 것일 뿐 통상의 계약 이행행위로 보기도 어렵다.
4) 피해자는 2012. 2. 14. 피고인에게 갑자기 잔금을 송금하기 전까지 제1 매매계약의 이행과 관련하여 아무런 비용을 지출하지 않았기에 그 당시의 상황이 법률상 계약의 해제를 인정하지 않아야 할 정도로 구속력 있는 상태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2012. 2. 13. 밤 공소외 6을 통해 피해자 측에게 제1 매매계약의 내용∙동기∙목적 등에 대해 강한 항의 및 해제의 의사가 전달된 이상, 적어도 그 시점에는 매도인인 피고인에게 잔금 지급기일까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기한의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5) 그 시점은 피해자가 계약이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피고인으로부터 제1 매매계약이 해제된다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고, 오히려 피해자 역시 제1 매매계약이 해제될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의 해제권 행사를 긍정하더라도 민법 제565조가 해제권 행사의 시기를 제한한 취지∙목적에 반하지도 않는다.
6) 공소외 6은 2012. 2. 14. 잔금이 송금된 직후 피고인의 집에 가서 피고인의 항의를 들으면서 공소외 3의 편지를 교부받고서 피고인에게 잔금이 송금된 사실을 이야기하였고, 그 후 피해자 측에게 가서 추가 잔금 지급 여부를 협의하였다고 진술한다.
그러나 누구로부터 잔금 송금 사실을 들었는지, 그 사실을 들은 시점이 언제인지에 대해 진술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가 여러 차례 번복되는 등 일관성도 유지되지 않고 있으며, 도리어 피고인이 잔금 송금 사실을 듣고서도 별다른 말이 없었다고 진술하는바, 이는 경험칙과 앞서 본 인정 사실의 전후관계에 비추어 보더라도 선뜻 납득이 가지 않고, 피고인이 그 다음날 송금된 잔금을 확인한 후 곧바로 반환하였다는 취지의 수사기관 이래 일관된 진술 및 그 무렵 피고인의 언행과도 모순되어 믿기 어렵다.
다.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지위에 있는지 여부
설령, 제1 매매계약의 체결이 유효하고 해제되지 않았더라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피해자에 ‘주식명의개서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타인의 사무’에 해당됨을 전제로 한다.
공소외 2 회사 주식은 주권이 발행되지 않았고, 공소외 2 회사가 성립된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제1 매매계약이 체결된 사실은 기록상 분명하다.
주권발행 전 주식의 양도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만으로 효력이 발생하고, 그 양수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도인의 협력을 받을 필요 없이 단독으로 자신이 주식을 양수한 사실을 증명함으로써 회사에 대하여 그 명의개서를 청구할 수 있으므로, 주식 양도인인 피고인에게 피해자에 대한 주식명의개서절차에 협조할 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5다45537 판결,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도1639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로서 ‘피해자에 주식명의개서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처리할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
라. 배임의 고의 존부
배임죄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배임죄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그 간접사실 중에서 피고인이 배임행위를 하였다고 볼 만한 징표와 어긋나는 사실의 의문점이 해소되어야 한다(대법원 1999. 4. 13. 선고 98도4022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인정 사실과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2012. 2. 13. 공소외 3의 편지를 받고서 피해자가 공소외 2 회사의 경영권 장악을 목적으로 제1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과 그 과정에서 공소외 6 역시 위임인인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피해자의 이익을 도모하였다는 정황을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이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면서 계약 해제의 의사와 함께 송금된 잔금을 즉시 반환하고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는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피고인이 제1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다고 생각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었거나 적어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배임행위를 하였다고 볼 만한 징표와 어긋나는 사실의 의문점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이므로,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5.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어느 모로 보나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최누림
1) ‘2012. 3. 16.’로 기재되어 있으나, ‘2012. 2. 16.’의 오기임이 분명하다.